논현동 그랜드팰리스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량 11대 갇혀
소유주들 사용 못해 불편 호소
호텔 측 “승강기 작동 여부 점검”
지난 11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그랜드팰리스 호텔. 화재 현장에는 불에 탄 자동차와 외벽 패널들이 널부러져 있다.
▲ 지난 11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그랜드팰리스 호텔. 화재 현장에는 불에 탄 자동차와 외벽 패널들이 널부러져 있다.

투숙객 등 5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인천 논현동 '그랜드팰리스 호텔' 화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됐음에도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을 빼지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차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6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남동구 논현동 그랜드팰리스 호텔 지하 2·3층 주차장에는 차량 11대가 주차돼 있다.

지난해 12월17일 이 호텔 기계식 주차장에서 불이 나 투숙객 등 54명이 다쳤는데, 지하 주차장으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아 이들 차량은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차장에 설치된 차량용 엘리베이터 일부가 불에 타고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지하에 있는 차량을 지상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탓에 4달간 차량을 사용하지 못한 차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유모(25)씨는 “지난달 남동구로부터 차를 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다. 그 이후로 깜깜무소식”이라며 “차량 소유주들끼리 돈을 모아 먼저 차를 꺼내고 호텔 측에 비용을 청구하고 싶은데 구에서는 개인정보 문제로 차주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화재 당시 투숙객이었던 안모(35)씨도 “업체로부터 빌린 차량이 지하 주차장에 갇혀 있어 4개월 동안 사용하지도 않은 차량 리스비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했다”며 “이 상황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니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호텔 측은 지난달 26일 비상 발전기를 통해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비상 전력을 공급한 후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점검 장비를 구하지 못해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구 관계자는 “호텔 측이 점검 이틀 전에 '비상 발전기 배터리는 구했는데 지하 3층에서 지상으로 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전선을 구하지 못했다'고 해서 일정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호텔 소유주 중 한 명은 “차량용 엘리베이터 정상 작동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선 전기 공급이 우선돼야 한다.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도 장비 보수가 필요하면 당장 차를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점검 일정을 확정하기 어렵다. 원래 호텔 운영사가 맡아서 피해 복구를 해야 하는데 잠적해 버려서 호텔 소유주들끼리 돈을 모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그랜드팰리스 호텔 화재 원인이 주차장의 배관 동파 방지용 열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달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호텔 대표이사인 40대 A씨와 전선 설치업자 60대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불로 다치거나 차량이 전소되는 등 피해를 입은 투숙객들은 관할 지자체 안내에 따라 호텔 측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으며, 보험사는 법률 자문을 통해 보상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