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여성수용시설의 중대한 인권침해를 인정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진화위는 지난 1월9일 '서울동부여자기술원 등 여성수용시설 인권침해사건'을 원안의결하면서, 이들 시설에서 이른바 '요보호여성'을 감금하고 심하게 구타하는 일이 빈번했고, 수용자들에게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지 않은 인권침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화위는 보건복지부·서울시·인천시와 함께 경기도·의정부시·동두천시·평택시에 공식적인 사과를 권고했다. 하지만 경기도와 산하 시군은 아직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사안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한다. 지자체는 진화위의 지적대로 여성수용시설을 관리·운영한 주체여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1970~1980년대에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이라며 외면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여성인권을 존중하는 지자체라면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깨끗이 사과하고, 피해자 명예회복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여성수용시설은 '성매매여성' 등을 사회로부터 격리해 은폐할 목적으로 1961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에서 17~34곳이 운영되었다. 이들 시설에는 1년에 최소 2800명에서 최대 1만3000여명의 여성이 수용되었고 앞서 언급한 중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 형사법 절차도 밟지 않고 행정 결정만으로 여성들을 강제 수용한 것부터가 헌법에 어긋나는 심각한 여성인권 유린이다.

지자체들이 사과를 미루는 사이 용인의 여성수용시설이었던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완전히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여자기술학원은 1995년 방화 후 탈출 시도 과정에서 37명의 수용여성이 숨졌던 비극의 현장으로서, 여성인권 유린의 역사를 증거 하는 생생한 장소다. 그러나 용인시 플랫폼시티 사업부지에 포함되어, 희생자 위령비만 남기고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장소를 없애 역사를 지워버리려는 시도가 아니라면, 최종 철거를 결정하기에 앞서 보존과 기억을 위한 더 폭넓은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